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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너를 낳을때 16시간이걸렸던가. 18시간이 걸렸던가.
저녁 8시에 양수가 터쳐서 입원을 하고 다음날 저녁 6시 37분에 너를 낳았으니 약 22시간 넘게 진통을 했었네.
입원한 밤에는 마취과 의사가 퇴근했고 다음날은 주말이어서 출근을 안했다며 무통주사도 안달아줬어.
그냥 생짜배기로 진통을 했지.
밤 8시에 입원하고 10시쯤 되니 배가 엄청 아파와. 배 여기저기에 붙여놓은 기계줄들로 내 태동과 진통의 그래프가 그려지는데, 위아래로 진통그래프가 춤을 추더구나. 간호사가 와서는 그래프를 보며 말하기를 아직 한참 멀었데. 그래프가 산을 이룰 정도로 가팔라져야 한데.
다음날이 되니 더 아팠어.
오전 11시쯤 되었나. 아파서 침대에 걸터 앉았는데 링거맞은 손목에서 피가 밖으로 흘러나올정도로 손에 힘을 주고 침대를 부여잡았나봐. 침대 시트가 벌건 피로 다 젖었는데도. 나는 피가 나는줄도 몰랐어. 네 아빠가 피를 보고는 놀라서 간호사를 부르러 가더구나.
다행히 12시쯤 수술하는 산모가 들어와 마취과 의사가 주말인데도 출근했지. 그래서 나도 무통주사를 달수있게 되었어. 주사를 달고서야 잠이 들었던거 같아. 아파서 깨고 잠들고. 잠이 들었는지 기절을 했는지. 자다깨다 자다깨다 비몽사몽 기억이 없구나. 그동안 니 이모가 다녀가고. 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다녀가고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어설프게 난다.
저녁 6시 좀 넘어서 진통은 극에 달했고 너를 6시 37분에 낳았어.
정말 힘들었단다.
남자들 군대다녀온 이야기와 여자들 애기 낳은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안난다고들 하지 않니. 정말 밤을 새워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도 이야기할거리가 남아있는것 같아.
그렇게 너를 만났어.
출산이란 걸 처음 겪어봤어.
너를 내 뱃속에 넣고 열달을 꽁꽁 붙어있다가. 너를 내 몸에서 떼어 놓는게 그리도 아프고 힘들었단다.
너도 기억이 있다면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오던 그때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겠지? 너도 힘들고 아팠겠지?
누군가 그러더구나.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목적은 그 아이를 독립시키기 위함이라고. 하나의 생명체로 우뚝 홀로 서서 살아갈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나로 묶여있던 너와 내가 떨어지기 위해 살이 찢어지고 뼈가 다 틀어져 벌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처럼,
너는 지금 한번 더 나와의 끈을 떨어뜨리고 완전히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내 살을 찢고 내 뼈를 비트는구나.
품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단다. 내품안에 안겨서 엄마엄마! 하고 부르고 엄마 치맛자락만 잡고 꼭 안겨있을때만 내 자식이라고.
너는 이제 자라서 홀로서기가 하고 싶고, 잘하든 못하든 혼자서 다 해보고 싶은 나이가 되어버렸어.
그럼데도 엄마는 니가 갓태어난 아기같고 이 무서운 세상에 홀로 내보내기에 걱정되는 미숙한 어린이로만 보이나봐.
내 새끼 다칠까봐 ,내새끼 더 훌룽한 사람되라고, 내새끼 더 잘 되라고, 내새끼 대접받는 사람되라고, 내새끼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이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원이 되라고. 엄마는 이렇게 욕심쟁이란다.
그냥 너라는 존재만으로도 좋은건 분명한데 자꾸 거기에다 욕심을 붙여
그랬더니 너는 싫데. 지겹데. 엄마에게 공격하고, 설움을 토해내고, 울부짓으며 떨어져 나가려고 애를 써.
이렇게 나는 두번째 출산을 겪으며 너를 독립시킬때가 왔음을 배우고 있어.
너를 내 몸에서 떼놓는 첫 출산까지 22시간이 걸렸다면. 이제 너를 내마음과 정신에서 떼놓는 두번째 출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걸까.
나는 아파.
너가 자라서 내게서 빠져나가는게 아프고. 그 과정을 아름답게 보내지 못하고 이렇게 싸움과 고통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도 아파.
엄마가 성숙하지 못해서 말로만 너를 다 키우고 멋지게 독립시킬거라고 했나봐. 내가 시키는대로 해야하고, 더 잘하는 방법을 계속 알려주려하고, 니가 힘들지 않게 도와주려고 한거라고 큰소리치다니.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너가 얼마나 숨이 막혔을지 생각하면 더 아프구나.
멋지게 살고
잘살고는 내가 정하는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아이를 괴롭히는 극성엄마가 되어있었네. 니가 어지간히 좋긴 좋은가보다. 나름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내가 그리도 사리분별이 안되는 극석엄마들 중의 하나가 된걸보면 말이야.
나는 네가 20살이 되면 너를 그대로 놓아주고 내 마음에서 독립시키리라 다짐했어
20살이라니. 맙소사.
어디서 나온 근거없는 숫자였니
너는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랐구나. 그래.
이제 너는 내게서 떨어져 나가 너의 인생을 살아보아..
그래.
나도. 오늘부로.. 아이를 낳았으니 이제 산후조리하고 몸조리하여 건강한 나의 인생을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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