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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 항상가지고다니는물건
노예의 사전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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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의 소유물로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모든 권리와 생산 수단을 빼앗기고, 물건처럼 사고팔리던 노예제 사회의 피지배 계급이다.
노예로 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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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나 자유를 빼앗겨 자기 의사나 행동을 주장하지 못하고 남에게 사역(使役)되는 사람.
식민지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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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격의 존엄성마저 저버리면서까지 어떤 목적에 얽매인 사람.눈을 뜨면 휴대폰을 잡는다. 어젯밤 눈을 감기 전까지 내 머리맡에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제일 먼저 잡는다. 잠에서 깨어 스트레칭을 하거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구상 따위는 없어진지 오래다. 잠에서 깨어나면 본능처럼 휴대폰 화면을 켜고 의미없는 릴스나 숏츠 화면을 켠다. 그리고 의미없는 영상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며 한참을 뒤척인다.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고, 움직이면서도 늘 내 손에 피부처럼 착 달라붙은 휴대폰은 내게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휴대폰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부터인가 내가 휴대폰의 노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예". 단어의 뜻을 찾아본다. 1번 뜻을 읽고, 2번 뜻을 읽으며 나는 휴대폰의 노예는 아니라고 안심하다가, 3번인가보다."인격의 존엄성마저 저버리면서까지 어떤 목적에 얽매인 사람"분명 나에게 도움을 주는 기능이 더 많다. 나의 수면패턴도 체크해주고, 나의 혈압도 체크해준다. 그리고 하루에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오늘의 일정이 무엇인지, 오늘의 사회 뉴스와 경제 뉴스도 알려준다. 유익하기 그지없는 휴대폰을 단지 많이('많이'가 좀 아주 많이 이긴 하지만) 사용한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죄책감이 들 일인가. 내가 휴대폰의 노예라는 무시무시한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해야하는걸까.나는 휴대폰으로 책도 읽고, 나의 글도 쓴다. 공부도 하고, 자료도 찾는다. 심지어 일도 한다. 그렇다면 많이 본다는 이유로 노예라고까지 비약할 필요는 없다. 요즘 일정시간 휴대폰을 가둬두는 통이 인기라고 한다. 내가 설정한 시간만큼 휴대폰을 넣어두면 통이 잠겨서 열지 못하는것. 그 잠긴 시간동안 아날로그적인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형태이다.내가 고등학교때인가, 중학교때인가 그 당시는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시대라, TV에 대한 토론이 국어시간에 자주 등장했다. TV는 바보상자라고 했다. 유익한 정보를 주지만, 일방적인 정보를 주기만 하기 때문에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바보로 만든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나 우스운가. TV를 많이 본다고 바보가 된다니, 비약이 그지없다. 휴대폰도 그런 논리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그 이용의 시간이 늘어날 수록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마치 아날로그 세상만이 훨씬 더 진지하고 값진 세상인것 마냥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20년정도 지난 뒤, 휴대폰의 노예란 단어가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