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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개근거지

by 이야기꾼 제제 2024. 5. 8.

    [ 목차 ]

#남들보다 잘하는 것

 

딸아이가 중학교 졸업식에서 3년 개근상장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딸아이와 같은반에서 3년 개근한 학생이 유일한 혼자였다는 점, 전교생에서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히는 숫자만이 3년 개근상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요즘은 학교가 시스템이 좋아서 현장체험학습서를 써 내면 1년에 15~18일까지 결석이 가능하다. 가족여행이나, 기타 사유로의 결석을 현장체험학습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병원을 가거나 질병으로 지각이나 조퇴를 해도 병원진단서만 제출하면 정상 출석으로 인정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개근상이 이렇게나 적다니..

 

엄마. 애들이 개근거지

뭐라고? 그게 뭔데?”

“3년 내내 해외여행 한번 못가고, 즐기지도 못하고, 가난해서 학교만 계속 나오서 3년 개근한 애들이라, 개근상 받은 애들을 개근거지라고 해

 

이런 이야기들을 두고 세상 말세라고 표현하면 꼰대가 되는 것인가. 아이들이 진짜 어떤 마음으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스럽다. 우리의 가정 교육이 어떤 상황인지도 우려스럽다.

 

가난하던 시절의 내 부모님들은 아파죽어도 학교가서 아파야했다. 결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볼거리를 심하게 해서 양쪽 볼이 팅팅 부었는데 학교를 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자란 나는 누구보다 성실하다는 자부심이 있다.몸에 베인 것이다. 회사를 가도, 친구를 만나도, 시간과 약속의 소중함을 알기에 결석, 지각 등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미련하다고 하려나. 인권이 중요하므로, 회사보다 내 인생이 더 소중하고 가치있으므로, 그렇게 무식하게 일에 맡기는 내 인생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하려나?

 

나는 나의 성실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내게 어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놀라는 듯, 비아냥 거리는 듯 말을 건네던 내 동료들의 말을 흘려들었다. 결과가 더 성공적이고, 내가 그들보다 더 잘 되었다는 결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실하게 그 과정에 임한다. 그러한 성실함에는 자신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그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그 일의 시작전과 후의 내가 발전되어 있음을 늘 느낀다.

 

누구보다 성실하여, 마침내 누구보다 성공했습니다의 동화같은 결말이 필요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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