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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 5만원을 가장 잘 쓰는 방법?
할머니가 내미신 돈은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에 아줌마가 그려진 돈에는 숫자5와 0이 4개나 있었다. 5만원? 내가 본 돈 중에 가장 큰 단위의 돈이다. 갑자기 엄청 부자가 된 것 같다. 돈을 받는 나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엄마가 내 돈을 가져갈까봐 얼른 주머니에 넣고 엄마를 향해 웃었다. 할머니가 주셨으니 내돈이지. 머릿속이 바쁘다. 뭘하지?
내일 다이소를 갈까? 평소 사고 싶었던 스티커와 예쁜 공책들이 떠오른다. 어제 민아가 가지고 왔던 시나모롤 가방을 사러갈까? 그걸 사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마트인가? 마트는 어떻게 가는거지? 엄마에게 가자고 하면 엄마가 못하게 할텐데?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하고 싶은 일의 가짓수 만큼 마음이 바빴다. 생각의 숫자도 많아졌다. 빨리 이 돈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 왜 빨리 써야하지? 엄마가 가져갈까봐? 잘 모르겠지만, 안쓰고 들고 있으면 사라질 것 같았다. 돈이란 원래 그런 용도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물건과 바꾸기 위해 있는거니까.
엄마와 마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보고 있으니, 5만원을 넘는 것들이 보인다. 저게 더 좋아보이는데... 그러려면 5만원짜리가 한 장은 더 있어야한다. 망설이는 나를 보고 엄마가 왜그러냐고 묻는다. 내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웃으며 말한다.
“꼭 지금 가진 돈에 맞춰서 사야할 필요는 없어. 돈이란 안쓰고 들고 있다고 해서 내일 뿅하고 사라지지 않는단다. 모아두는 방법도 있지. 그걸 ’저금‘이라고도 하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좀 기다렸다가 다음에 돈이 더 모이면 그때 원하는걸 사도 되지”
그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심이 들었다. 그렇구나. 그럼 난 더 큰 저녀석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야겠다. 한 장 더 생길때까지 참고 기다릴수 있어.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가 예쁜 작은 박스를 하나 주었다. 여기에 돈을 넣어두면 된다고 했다. 나는 노란색 5만원을 집어 넣고, 박스를 내 침대 아래에 쏙 밀어넣었다. 그리고 자려고 누우니, 아무것도 사지 않았는데도, 벌써 마음이 든든하다. 침대 아래에 깔려있는 내 돈때문인가. ^^ 돈에 대한 내 생각이 아주 조금은 바뀌었다. 꼭 원하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아도, 돈을 가지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