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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나의 천사

by 이야기꾼 제제 2024. 4. 29.

    [ 목차 ]

아내와 차를 타고 가던 A는 죽었다.

신나게 떠들며 잘난척을 해대던 A는 자아도취로 기분이 좋아 운전대를 잡고 들썩이다가, 앞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그 자리에서 아내는 즉사하고, A는 핸들 아래 다리가 끼인채 한참을 피를 흘렸다. 두 눈으로 즉사한 아내를 또렷이 지켜보며, 움직이지도 목소리도 내지 못한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야밤이었고,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구급대원에게 신고해줄 사람도 없었다. A는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며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본다. 잘난척하며 사람들을 깔아뭉개고, 잘 안다는 법으로 사기를 쳐대며 돈을 벌려고 애쓰던 A는 그렇게 10원 한 장 손에 쥐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살아온 인생이 그랬기에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A가 죽자 B는 잠시 멍했지만, 곧바로 두뇌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함께 동업을 하던 A가 죽었으니 이제 모두 자기 차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흥분감도 돌기 시작했다. 흥분은 B의 판단력을 흐트려뜨렸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 사기를 강했했던 피해자에게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 자기 차지이니, 자기에게 다 달라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욕심이 눈을 가린 B에게서는 평소에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철저하게 침착하던 철두철미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B는 직접 독촉을 하려고 피해자를 찾아갔다가, 흥분해서 날뛰었고, 몸싸움 끝에 칼에 맞았다. 칼을 들고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B였다. 그러나 칼을 맞은 것도 B였다.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때 천사가 보였다. 천사는 이야기했다. 너의 죄가 무엇인지, A가 죽었고, 왜 네가 죽어가고 있는지.. B는 후회한다고 말했다. 천사는 B에게 용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너의 죄를 빌어 용서를 받아낸다면 너를 살려줄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B는 흐르는 피를 손으로 움켜눌러잡고, 기어갔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걸했다. 자신의 잘못을 줄줄이 읊었다. 말을 할때마다 입에서도 피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피해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표정도 없었다. B가 피를 토하며 빌었지만 결국은 용서를 얻어내지 못했다. 천사와 피해자는 아무말 없이 B를 바라보고 있었다. B는 계속해서 잘못을 구하며, 용서를 구걸하며,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그리고 지옥에 떨어졌다. A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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