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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아이는 눈 밑 다크서클이 코까지 벌겋게 내려와도 참았다. 노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낮에 어린이집에서 낮잠 시간에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다들 잠들었을 때, 아이만 잠들지 못해 낮잠시간 내내 선생님과 놀았다고 하원길 아이 엄마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엄마는 선생님께 미안했다. 아이들 낮잠 시간이 선생님 쉬는 시간일텐데, 내 아이랑 놀면서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그 화가 내 아이에게 가지 않았을까 복잡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엄마는 죄송하다고, 고생하셨다고 말하며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낮잠도 자지 않았다는 아이는 하원길에도 여전히 씩씩하다. 체력이 힘들텐데도 늘 그렇듯 놀이터 코스를 들러야한다. 미끄럼틀을 백번은 탄다. 뭐 진짜 백번이기야 하겠냐만은 적어도 아이 엄마는 100번이라고 믿어진다.
아이가 더 어렸던 영아시절에도 아이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눕혀놓으면 1시간 자고 깨고, 1시간 자고 깨고, 아이 엄마는 밤새 아이를 업고 일어선 채로 뜨개질도 하고, 책도 보며 밤을 꼴딱 새웠다.
집에서 낮잠을 잘 때, 아이 엄마가 샤워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바로 깨서 울면서 화장실로 와서.. 홀딱 벗은 엄마는 어쩔수없이 아이도 벗겨 함께 목욕을 했다.
엄마는 처음인 육아가 힘들고, 처음인 결혼생활이 낯설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늘 힘들었고, 아이는 이 세상이 신기하고 재미있고,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보고 싶은 것이 많아서 늘 잠을 아꼈다. 그래서 엄마도 아이도 밤이 무서웠다. 서로 다른 이유로.
15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냅두면 오후 5시까지도 너끈히 잔다. 하루종일 잔다. 잠이 많아진 아이를 보며 느꼈다. 아.. 아이가 이제 다 자랐구나...너도 어른이되었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