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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가장친한친구
집에 와서 보니 가방이 없다. 또 내 가방을 들고 나갔다. 젠장!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는 전화를 걸었다.
"야! 내 가방 들고 나갔어?"
"어.."
"너 왜 말도 안하고 내 가방 들고 나가냐? 미쳤냐? 당장 들고와! 지금 바로 오라고!"
소리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동생은 가방을 들고 집으로 와서 가방을 던져준다.
물론 나는 또 한바탕 더 욕을 쏟아부었다.
"그때는 그랬어. 뭐가 그리 좋은지.. 새것보다 언니께 더 좋아보였거든, 언니 가방, 언니 옷들이 그렇게 탐났다니까. 언니가 이제 안 입는다며 옷을 주면 그게 얼마나 좋던지"
이제 4살 차이쯤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 세상 둘도 없는 내 가장친한 친구. 내 동생이 하는 말이다.
어릴때는 까마득하게 어리게만 느껴진 동생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초등6학년이면 동생은 이제 겨우 2학년이었고, 내가 대학생인데도 동생은 중학생이었다. 같이 놀려고 생각도 안해봤고, 대화조차도 시도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어른이 되고, 내가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고, 내 동생은 그 누구보다 내게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편이 되어 주었다.
내가 큰 병에 걸려서, 생각하기도 싫은 병에 걸렸던 그때에도, 자기 자신의 일도 접고, 모든것을 포기하고 나만 병간호해준 내동생. 살면서 내가 다 갚지 못할 고마움들인데도, 나는 고마움보다 더 자주 원망과 서운함을 표출하며 살고 있다. 별일아닌 일로 내가 서운해하고 원망할 때마다. "미안해 언니야 이제안그럴게"라고 말해주는 내 고마운 친구, 내 동생.
그런 친구가 있어서 세상 외롭던 나는, 아주 많이 마음이 좋아지고 있다. 사랑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