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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38

유효기간 유효기간이 다 되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었다. 구석에 있던 요거트를 집어 들고 뚜껑을 열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 네 글자. "유효기간: 2025.02.10" 오늘이 2월 14일이니, 나흘이나 지났다.먹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뚜껑을 살짝 열어 냄새를 맡았다.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다, 괜히 배탈 나면 손해다.아쉬운 마음에 요거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지며 생각했다. "인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를 들면, 짝사랑: 3개월. 그 이상 지속되면 강제로 마음이 정리됨.우울함: 1주일. 그 이상 지속되면 자동으로 기분 전환 기능 활성화.일에 대한 미련: 6개월. 미련이 남아도 그 시간이 지나면 미련 자체가 사라짐. 그렇다면 얼마나 깔끔할까? 예전에 다녔던 학원 원장 일이 생각났다.정말.. 2025. 2. 14.
기분 하루에도 여러번 오르락 내리락 기분은 사소한 말한마디, 사소한 사건 하나로 롤러코스터를 탄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말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제목이 너무 좋아 구매했었다.내용은 그다지 기억에 남은 것이 없지만 강렬한 제목만은 기억에 남는다. 정말 좋은 말이다.나의 기분이 내 태도를 좌우하는 때가 얼마나 많은지.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 다 기분때문에 벌어진다.기분이 좋으면 농담으로 들리던 말과 행동들이기분이 나쁘면 공격적이고 부정적으로 들린다. 외부의 자극에 의해 기분이 나쁘고 좋아지기도 하고나의 내면에 의해 기분이 나쁘고 좋아지기도 한다. "기분"이 단어를 써두고 한참을 바라보니 내게 떠오른 이미지는 활짝 웃는 얼굴이다.다행이다 나는 기분을 긍정적인 단어와 연결시키고 있다.그런 나를 칭찬해본다... 2025. 2. 12.
성적표 "관리비가 60만원이 넘게 나왔어" 카톡이 울린다.난방비가 올랐다더니, 작년에 비해 많이 나오긴 했다.그런데, 관리비 많이 나왔다고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건가?톡을 받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평생을 일을 했다. 결혼하기 전에도 일했고, 아이를 출산하기 전날까지 일을 했다.나는 학원 강사였다. 회사가 아니기때문에 육아휴직 따윈 없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그냥 무직무급으로 땡이다.아이를 낳고 한달이 되었을 무렵, 과외가 들어왔다.남편은 내가 일을 하러 가기를 바랬다. 신생아인 아이는 자기가 볼테니 일을 하러가라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일을 놓은적이 없다. 2년전까지는..남편이 멀리 회사배정을 받았기에 우리는 지방에서 아무 연고지도 없는 서울까지 올라오게 되었다.친척도, 친구도 그 어떤 지인도 없었.. 2025. 2. 11.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햇빛은 점심을 먹고 난 후 5교시,선생님이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즈음 내 책상위로 쏟아지는 햇빛이다. 따끈한 빛은 내 몸을 노곤노곤하게 만든다.그리고 창가 앞쪽 자리 A의 머리가 햇빛을 받아 갈색으로 빛난다.선생님 목소리는 아웃되고, 내 머리속은 행복의 리듬이 가득하다. 오전수업인 2교시 체육시간에 뜀틀을 배치하기 위해 몇몇의 아이들이 협동하여 뜀틀대를 날랐는데,A와 나는 다른 팀으로 뜀틀을 날랐다. 그런데도 내 눈은 자꾸만 A를 쫒고, 이상하리만큼 A와 여러번 눈이 마주쳤다. A도 나를 보고 있었던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눈이 마주치지. 점심시간 매점을 갈때도, 꼭 나에게 와서 같이가자고 하고, 별것 아닌일에 내게 친절히 구는 A를 보며나의 단짝 세명의 친구들은 난리가 났다.나보다 더.. 2025. 2. 10.
나만의 이유(2) 오늘도 맑음 "아이고, 허리야..."서미경은 허리를 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아파트 놀이터 한켠에 있는 꽃밭의 잡초를 뽑은 지 두 시간. 무릎과 허리가 뻐근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꽃밭을 보니 마음만은 흐뭇했다. "미경 씨, 또 이러고 계세요? 제가 관리실에 얘기할게요. 이런 건 관리실에서 해야죠."옆 동에 사는 김 여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이렇게라도 운동해야죠."미경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6개월 전, 20년 넘게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보증을 섰던 동생의 사업 실패로 떠안게 된 빚까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미경은 우울해할 시간이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파트 꽃밭을 가꾸.. 2025. 2. 7.
나만의 이유(1) # 달리기 선수의 꿈 "지영아! 학교 늦겠다!"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지영이는 허둥지둥 가방을 챙겼다. 오늘도 평소처럼 늦었다.  "지영이는 왜 맨날 늦니? 엄마가 몇 번을 깨워도..." 엄마의 잔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지영이는 이미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가고 있었다. 달리기. 지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었다. 학교에 늦을 때마다 전력질주를 하다 보니 어느새 달리기에 재미를 붙였다. 운동장에서도, 복도에서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지영이는 달렸다. "지영아! 뛰지 말고 걸어가!" 선생님도, 엄마도, 모두들 지영이보고 걸으라고 했다. 하지만 지영이는 달리는 게 좋았다. 달릴 때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마치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 체육 시간에 반 대항.. 2025.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