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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우리 아빠는 취미가 없다.
어느날. 티비에서 낚시예능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아빠. 아빠 낚시할줄알아?
"몰라
"그럼 아빠는 머할줄알아?
"....
"아빠는 취미도 없어?
"일하기도 바쁜데. 내가 시간이 있냐?
아빠는 버럭했다.
그땐 몰랐다. 아빠가 왜 화를 내는지. 마지막에 한 말이 무슨말인지.
지금은 아주 조금은 알것 같다. 젊디 젊은 나이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된 30대 젊은 남자는 배운것도 없고, 기술도 없어서 하루하루 벌어 제비같은 새끼들 먹여 살리기도 바빴던 것이다. 낚시라니.. 그런 사치는 부릴여유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아이가 도대체 아빠는 취미도 없고 할줄아는게 뭐냐고 물었을때 화가 치밀었던 그 기분을 아주 조금은 알것 같다..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아빠가 저 멀리 골목에서 비틀거리며 자전거를 타고 온다.
아빠가 자전거를??
원래 탈줄 알았나?
자전거는 작은 누나 자전거라 작았고 아빠는 거대해서 그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웠는데. 비틀거리며 갈지자로 타고 오는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아빠~~~
갈지자로 비틀거리며 온 아빠가 내앞에서 힘들게 멈추고 아빠는 웃는다.
"뭐하는거야?? 자전거 연습하는거야??
"응.
"아빠 자전거 못탔어??
"하하하하. 있길래 연습해봤지ㅡ 잘 안되네..
나중에 엄마에게 들었다.
"날씨가 좋은데 마당에 세워둔 네 누나 자전거를 보더니. 나보고 묻더라. 자전거 탈줄 아냐고?? 어렸을때 타봤다고 했지. 그랬더니 몇번만 잡아달라는거야. 니네 아빠 자전거 못타는거 나 처음 알았잖니 하하.
내가 무거운 아빠를 어떻게 잡아주냐고 이야기했더니 말로 설명해보래. 그래서 처음 두세번 뒤에서 잡아줬더니. 한번 안넘어지더니 그뒤로 혼자 왔다갔다 오후내내 연습중이네. 뭔바람이야. 다 늙어서 갑자기 무슨 자전거를 탄다고..."
이상하지.
50대 아빠가 자전거를 배우게 되는 이야기를 듣는데. 왜 그 옛날 낚시할줄 아냐고 물었던 일들이 생각났을까.
아빠의 마음에. 몸에 여유와 시간이 생겼나보다. 내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나의 무안함. 미안함이 슬며시 작아지며 괜시리 웃음이 난다..
"아빠!!! 내가 제대로 가르쳐줄게요ㅡ 이리 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