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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비오는 날은 카스테라!

by 이야기꾼 제제 2024. 5. 15.

    [ 목차 ]


"비오는 날엔 카스테라를 먹어야해"
"응?? 웬 카스테라.. 파전이 아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온 집안 가득 카스테라 향이 퍼졌다. 아이는 그 향이 너무 좋았다. 어린 아이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아빠가 집에 있었다. 회사를 나가지 않았는지 일찍 귀가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비가 오면 일을 가지 않고 집에 있는 아빠는 하얗지만 오래되어 누런, 늘어진 런닝을 입고 힘차게 거품기를 젓고 있었다.
커다랗고 동그란 카스테라 굽는 기계는 전선 끝이 일자로 뻗은 110V제품이었고 나중에 알게 된 "도란스"라고 아빠가 부르던 기계를 꽂아 사용하였다.

그 시절 비쌌을 일본에서 온 듯한 카스테라 기계가  어떻게 가난했던 아이의 집에 있었는지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모를일이지만, 그 둥그런 기계만큼은 기억속에 선명하다.

그 시절 거품기따윈 없었다. 런닝 아래로 나온 굵은 팔을 흔들며 아빠는 거품기를 쳤다. 계란을 예쁘게 흰자. 노른자로 분리하여 담는다. 흰자는 아빠의 힘찬 거품질로 머랭으로 변한다. 아빠는 흰자가 변한 머랭그릇을 번쩍들어 머리위에서 거꾸로 들어보였다. 머랭은 떨어지지 않고 그릇에 메달려 있는데. 그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너무나 신기했다.

한 칸뿐인 방안에 카스테라 향이 짙게 퍼졌다. 밖은 빗소리가 촉촉하고. 비를  품은 공기들도 축축하다. 그때 방안 가득 퍼지는 카스레라 굽는 향은 축축한 공기를 몰아내고 방 전체를. 아이의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었다.

비가 많이 온 어떤 날, 학교를 다녀오는 아이의 가방도 바지도 다 젖어있어다. 축축히 젖은 상태로 집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오면, 어김없이 부엌부터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카스테라 향이 났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카스테라가 반가웠는지 집에 있는 아빠가 반가웠는지 지금은 알지만, 그때 아이는 그런 구분 없이 그냥 행복했다.

그때부터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카스테라가 되었다. 입안에 넣으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 아빠는 아이에게 말했다. "빵을 넣고 우유를 같이 마셔봐. 입안에서 빵이 녹아버려"

입안에서 우유와 만나 부드럽게 사라져버리는 카스테라를 아이는 오랫동안 기억한다. 아빠의 굵었던 하얀 팔뚝을. 머랭이 담긴 스댕(?)그릇을 머리위로 뒤집어 써보던 아빠의 모습을. 그릇에 동그랗게 옹기종기 모여있던 계란 노른자들을. 집안 가득 퍼지던 카스테라향을.

그러니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말한다
"비오는 날은 카스테라지!!"

비를 좋아하는 어른이 된 아이는 그 이유가 담긴 이야를 이렇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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