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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단골

by 이야기꾼 제제 2024. 5. 14.

    [ 목차 ]

#자주가는까페는?

 

어딜가나 단골손님이 잘 되는 사람이 있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가게 주인과 친하고, 갈때마다 주인이 알아보고, 인사하고 살갑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극 소심형인 나는 그런 사람들이 신기하면서 부럽기도 하다.

 

아무리 자주 가도, 주인이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아는체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또 주인이 아는체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이후부터는 나도 모르게 그 가게를 가지 않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 나를 알게 되고, 반갑게 인사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상대가 인사를 하면 반갑게 같이 인사해야하고, 무엇인가를 내게 물어오면 어디까지 대답해야하는지, 나도 물어봐줘야하는지 따위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마음이 복잡해지고, 결국 불편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혼자서는 식당도 까페도 잘 못가면서, 정작 누가 내게 웃으며 다가오면 경계심부터 앞서고, 불편한 마음이 드니, 이런 내 성격을 어찌해야좋을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자주가는 까페, 자주가는 식당 따위가 있을리 없다. 자주 시켜먹는 배달집은 있네.

 

사람들을 좋아하면서, 다가서는게 이렇게 어려우니, 어떤 가게를 가더라도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사람들과 눈마주치기를 어려워할터, 상대방은 그런 나를 아는체 하기 어려울것이다. 극 외향형의 사람이 아는체하는 일이 아주 드물게 있더라도 나는 좋으면서도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하니, 또 관계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이 습관은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질때까지 지속되었고, 그 결과 외롭지만 그 또한 익숙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 단골가게 쯤 없으면 어떠랴. 진짜 나를 알아주는 소수의 친구들이 있고, 또 나의 가장 절친인 내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내어 같이 걸을수 있고 이야기할 수있으니 나는 썩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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