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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이 다 되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었다. 구석에 있던 요거트를 집어 들고 뚜껑을 열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 네 글자.
"유효기간: 2025.02.10"
오늘이 2월 14일이니, 나흘이나 지났다.
먹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뚜껑을 살짝 열어 냄새를 맡았다.
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다, 괜히 배탈 나면 손해다.
아쉬운 마음에 요거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지며 생각했다.
"인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를 들면,
짝사랑: 3개월. 그 이상 지속되면 강제로 마음이 정리됨.
우울함: 1주일. 그 이상 지속되면 자동으로 기분 전환 기능 활성화.
일에 대한 미련: 6개월. 미련이 남아도 그 시간이 지나면 미련 자체가 사라짐.
그렇다면 얼마나 깔끔할까?
예전에 다녔던 학원 원장 일이 생각났다.
정말 열심히 했지만, 결국 몸이 아파서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가끔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학원 원장 경력에도 유효기간이 있었다면?
"2023년 12월 31일부로 미련 소멸"
이렇게 딱 찍혀 있었다면 더 미련 없이 새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서운했던 일들, 관계가 어그러졌던 기억들.
그것들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어떨까?
1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감정이 정리되고, 서운함도 사라지는 거다.
그럼 삶이 좀 더 가벼워질까?
"근데, 유효기간이 지나도 멀쩡한 것들이 많잖아."
내가 버린 요거트처럼, 사실은 아직 먹어도 되는 것들도 있고.
그러니까, 어떤 감정들은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유통 중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어쩌면 내 인생의 유효기간은 아직 한참 남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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