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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질문을 하면 사라진다'
라면가게가 왜 간판이 노란색인지 궁금했던 칼이 엄마에게 물었다.
"왜 저 가게는 노란색 간판이에요?"
"글쎄.. 주인이 노란색을 좋아하나?"
그리고 다음날, 칼은 라면가게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가게가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 그냥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칼은 엄마에게 달려가 라면가게가 사라졌다고 흥분해서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라면가게가 우리동네에 있었냐고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어제 노란색 간판 이야기까지 했다고 엄마에게 설명해보지만, 엄마는 기억하지 못한다. 꿈을 꾼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드며 나오던 칼은, 오늘 체육시간에 사용했던 농구골대에 대해 물었다.
"그 농구골대 말이야. 왜 골대 밑에 그물 같은게 있는거야?"
"공이 여기저기로 튀지말라고 그런거 아닐까?"
다음날 농구공대 아래 그물은 없었다.
"어? 그물이 사라졌어'
"응?? 그물이 뭔데?"
"농구 골대 아래 그물 있었잖아"
"농구골대 아래 무슨 그물이 있어. 링만 있는거잖어. 난 농구골대 아래 그물이 달려있단 이야긴 또 첨 듣는다 하하하하하"
이 정도면 꿈이 아니다. 칼은 눈치챘다.
질문을 하면 사라진다는 것을.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며 흥분되었다. 내게 이런 능력이 있다고? 그럼 뭐부터 없애볼까??
수학을 없애자. 아! 영어도 없애약겠어! 나 영어숙제 못했다고!!!
여러분은 질문을 하면 사라지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사라지게 하고 싶은가요?
오늘 하루종일 저는 고민을 해봤는데, 만약 저에게 그런 전지전능한 능력이 있다면, 저는 아마도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어떤 것도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불편한 물건들도 다 그대로 내 옆에 있어야 내 삶이 완성되는 것 같았거든요. 만약 내가 하나둘씩 사라지게 하다가, 나중에는 나만 남으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훅 밀려왔습니다. 저의 기저에 깔린 근간은 '외로움'인가봅니다. 혼자 남겨질까봐 느끼는 두려움.
생각해보면 정말 저는 외로움이 가장 두렵습니다. 혼자 남겨지지 않기 위해 쓸모있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내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인정욕구'를 늘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고, 많이 상처받습니다. 다른이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인정받으라는 좋은 말들도 있지만, 저는 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편이라 이 말도 맞지 않습니다.
앞으로 저는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만 해야겠습니다.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고, 그냥 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격려하며 살아보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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