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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살아가며 많은 말을 하지만,
많은 말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 말
해선 안 될 말과 해야 할 말은
어느날 인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는 하지 못하고 꺼내지 못했던 많은 말들과 마음을 인물화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탄생한 책, [바깥은 여름]이다.
제목이 주는 첫 느낌은 이랬다.
이렇게도 무더운 여름, 나와 만난 이 책은 무더위와 함께 느껴지는 무력감, 무거운 마음들이 나타난 책의 내용을 추측하게했다. 그런데 내용은, 바깥은 여름이나 나 홀로 겨울속에 있는 동떨어진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을 펼치면서..
어느날엔가, 항암주사를 맞기 위해서였는지, 맞고 돌아오는 길이었는지,
여튼 그 길에 들렀던 휴게소의 흐트러진 벚꽃을 잊지 못한다.
세상 온통 봄이고, 사람들 모두 행복 가득한 표정과 밝은 옷차림으로 휴게소를 누비던 한쪽에서
나만 겨울로, 어두움과 침울함으로 왜 나인지, 왜 나만인지를 생각하며 올라오는 구토를 삼키던 그 계절이 떠올랐다.
이 책은 7가지의 마음속 말들을 이야기한다.
나도 모르게 엉뚱한 대상에게 튀어나온 '아이씨'라는 말을 내뱉으며, 내 마음 깊은 겨울을 끝내보려는 '입동'
나를 닮아서 싫은 이와 나를 닮아서 애처로웠던 이의 각자의 단어 '용서'를 이야기하는 '노찬성과 에반'
꼭 해야할 말이 어려워 자꾸만 싱거운 말들로 빙빙 겉도는 '건너편'
처음부터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무슨이야기인지 종잡을수 없을정도로 어려웠던 '오해'와 '이해'를 이야기하는 '침묵의 미래'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반드시 인과과 성립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떤 '풍경의 쓸모'
좁혀지지 않을 부모와 자식의 세계 '가리는 손'
사랑하는 자의 죽음으로 남은자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정확히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마음과 내가 읽은 마음들이 같은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나, 뭐 상관없지 않은가.
이수는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런 때일수록 싱거운 말로 재빨리 불길함을 헹궈내야한다는 걸 알았다.
p110 '건너편'
함께 고시공부를 하다가, 여자만 합격하여 취직이 되고, 남자는 공부를 포기한다.
여자는 남자와 헤어지고 싶다.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단순히 취직하지 않고 방황하는 남자가 싫어서만은 아니다.
오래 만났고 두사람은 서로를 너무도 잘 이해하지만, 헤어지고 싶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에게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다. 크리스마스날 수산시장에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가 여자는 말한다.
- 나는 네가 돈이 없어서, 공무원이 못 돼서, 전세금을 빼가서 너랑 헤어지려는게 아니야
- .......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 같아.
헤어지는데, 마음이 떠나는데, 내마음이 건너편으로 넘어가는데 수많은 이유와 이야기가 있겠지.
처음 사랑할때, 처음 가슴이 뛰었을때 수많은 이유와 이야기가 있었듯이.
지금 헤어지면서 상대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 여자는 최대한 담대하게, 너의 탓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이별을 말한다.
너의 탓도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그런 마음들이 우리에겐 존재하니까.
사진 찍을 때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무척 평범한 사람.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까 그런 순간과 만났을 땐 잘 알아보고, 한곳에 붙박아둬야 한다는 걸 알 정도로 ....
p151 '풍경의 쓸모'
정교수가 되기를 기대하는 남자는, 이번에는 작은 이슈(?)도 있었기에 희망을 가져본다.
어머니와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고, 어머니의 익숙한 정형화된 포즈들을 보면서도 마음은 불안하다.
휴대폰만 자꾸 쳐다보게 된다. 좋은 일은 금방지나가고, 그런날을 자주 오지 않을텐데. 내가 이 순간을 놓쳐가며 한국의 교수발표 소식을 기다리는 나는 지금 혼자 겨울이다.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들어다보고 있자니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스노볼을 쥔 기분이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p157 '풍경의 쓸모'
나 홀로 유리볼 안의 겨울마냥, 안절부절한 마음이니 여행을 즐길수가 없다.
그죠? 그게 젊음이지. 어른이 별건가.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하고도 잘 지내는게 어른이지. 안그래요. 이선생?
p162 '풍경의 쓸모'
곽교수를 위해 희생한 남자의 이슈는 남자의 희망을 부풀게 만들었다.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따. 어떤 사건 후 뭔가 간명하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불만족스럽게 요약하고 나면 특히 그랬다. '그일'이후 나는 내 인상이 미묘하게 바뀐걸 알았다. 그럴 땐 정말 내가 내 과거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화는, 배치는 지금도 진행중이었다.
아름다운 문장이다. 김애란 작가는 남자의 마음을, 들뜨고 기대하게 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단순히 내 표정에 자신감이 생겼다이거나, 곽교수를 대하는 표정이 바뀌었다거나, 우쭐댄것인지, 눈치를 보는것인지 모를 미묘할 감정을 '과거를 먹은'자신으로 표현했다. 곽교수의 표정과 미묘하게 바뀐 인상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몹시 궁금하다.
남자의 이야기 끝을 보며, 세상에 대한 아이러니, 인과관계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마음, 곽교수가 말했던 '어른의 세상'을 떠올려 본다.
실은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인 '가리는 손' 떄문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심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아이와 그로 인해 매일 상처받고 어쩔줄 몰라하는 나는 아이들과 부모의 이야기라면 무조건 눈이 가는 요즘이다.
이혼을 하고 아이와 둘이서 사는 엄마는 아이의 생일밥상을 차리며 생각한다.
동네 나쁜 아이들이 연류된 사건에 현장에 내 아이도 함께였다는 이유로 함께 조사받고, 동네의 비난의 눈초리를 겪는 엄마는 내 아이를 믿는다.
잘못된 연유로 몹쓸일에 휘말렸을 아이를 생각하며, 내 아이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내가 아이를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상상이라고 표현해야 더 좋을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한데..
그러곤 가슴팍을 크게 부풀려 숨을 모은 뒤 초를 향해 훅 임김을 분다. 초가 꺼지자 주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그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재이 얼굴을 찾으려 나는 꼼짝 않는다.
이 문장은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았던 나의 아이가 깜깜하게 사라져버려, 찾아보려 애쓰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김애란 작가의 필력과 문장 표현력에 반해버렸다.
나는 나의 아이를 얼마나 잘 알고 있었던가.
너와 나의 간극은 어떻게 메울수 있을까.
내가 너를 어디까지 알수 있을까.
나아가 더 오랜세월을 부모자식으로 살아온 나의 나이든 부모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나의 어디까지를 알수 있을까.를 되새겨 본다면. 나는 어쩌면 죽을때까지 나의 아이를 모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너와 나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7가지 말들이 인물이 되어 풀어가는 이야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고, 공감가는 부분도 있다.
에세이란 쭉 읽기가 쉽지 않다.
각 소단원마다 작가가 전하는 부분을 생각하느라, 한편씩 끊어 읽게 된다.
이 책 역시,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멈추고 생각하느라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 읽고 나니 참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김애란 작가님의 글귀가 예쁘고 따뜻해서 다음책도 작가님의 책을 잡아본다. "잊기 좋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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