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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by 이야기꾼 제제 2024. 10. 11.

    [ 목차 ]

 

[바깥은 여름]으로 만난 김애란 작가의 글솜씨, 글표현, 글귀가 너무 예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책 표지가 너무 끌려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나의 이야기를쏟아내고 싶어!

살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많다.

나의 살아온 이야기, 즐거웠고, 억울했고, 힘들었고, 역경을 이겨냈고, 다사다난 했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원없이 뱉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런치에서 만난, 회식자리에서 만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겨 나의 이야기를 길게 털어놓고 집으로 온 날은 마음속이 더 텅비고, 후회가 가득찬다. 그건 아마도, 아무도 내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대로 듣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나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제멋대로들 평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섞인 감정일 것이다.

 

반복된 이런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쪽의 사람으로 나를 바꾸어 놓았다. 나를 만나러 온 그들도 나만큼이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테니까.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 무엇때문일까. 

내 이야기를 나와 같은 마음으로 들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득하면서도, 나를 다르게 해석하고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가득하면서도, 내 안에 꼭꼭 묻어 놓은 내 이야기들이 어느날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구멍으로 올라와 튀어나와버린다. 그것은 마치 걷잡을수 없는 급발진의 차사고 같다.

 

책 이야기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제목은 책 표지만큼이나 내 마음을 울리게 하는 문장이었다. 어쩜 김애란 작가는 제목도 이렇게 예쁘게 짓지 하며 시작한 책의 서두에서 제목의 비밀이 나온다.

고등학교에 전학온 오채운. 담임은 아이들이게 채운이를 소개하며  우리반이 3월 입학때 했었던 우리반만의 소개 규칙을 이야기한다. 5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그 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이어야한다. 반친구들은 5문장을 곰곰히 들으며 거짓의 한 문장을 찾아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질문을 하며 친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어릴 때 못을 밟아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면, 반 친구들은 다리를 쳐다도 보고, '어디서?' '어떻게?' 등등의 이야기를 물어보며 그 친구에 대한 자연스러운 앎과 관심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참신하고도 기발한 재미있는 소개법이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이구나.. 

 

신기한건... 그 이야기를 들은 전학생 채운의 아버지도(정확히 엄마의 애인) 호기심을 갖고, 나중에 채운에게 다섯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해본다.

 

이야기하는 이들은 5문장을 표현하며, 은근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가슴 속 깊은 비밀을 슬쩍 끼워넣는다. '에이 설마, 그런게?" 라고 생각이 들만한, 누구에게도 이야기할수 없었던 내 진짜 마음들도 은근슬쩍 끼워넣고, 목구멍에 걸려 튀어나오려했으나 꾹꾹 눌러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혼자만의 외로움과 고통을을 겪었던 이야기들을 그렇게 슬쩍 흘린다.

 

그래... 실제로도 나의 삶을 이야기하면, '에이!!! 과장이 심하다'라고 듣는 이들도 많다. 혹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속으로 거짓말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삶이란 거짓말같은, 믿을수 없는, 우리의 교육과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이다. 그런 투성이의 사건들이 tv나 sns에 떠돌아다니면, 모두들 몰려들어 "어떻게 그래?" 라고 놀라지만, 사실 그 놀라운 일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서두의 기발한 소개법을 던지고, 주인공인 채운, 소리, 지우 세명의 고등학생들이 마음속 깊이 묻어 두고 있는 아무에게도 말 못할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용이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이기도 해서, 책을 다 읽고 나의 딸아이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줬다. ^ㅡ^

 

소설의 마무리는 아이들이 품고 있었던 마음에 대한 진짜 사실들이 더해지면서 마무리된다. 진짜 사실들은 혼자서 마음깊이 넣어둔 '마음'들이, 사실은 진짜가 아니라고. 마음은 진짜 사실을 몰라서 더 무거웠기도 했고, 더 가벼웠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10대이니까 이러한 것들을 느끼고 깨닫으며 남은 생을 힘차게 살아내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인듯하다.

 

김애란 작가는 글을 참 예쁘게 쓴다. 하나의 문장도 사실적이기보다는 시적으로 표현해서 놀랍게 한다. 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고 감탄하며 작가는 다르네 라고 생각하며 ㅋㅋㅋ

 

 

그래서 나는...

 

좀 더 가볍게 살고 싶다. 나의 거짓말 같은 비밀스런 애잔하고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들도, 툭툭 진실 속에 섞어 농담처럼 거짓말처럼 뱉어내고, 누군가 깜짝 놀라 '거짓말, 그러게 있다고?' 라고 하면 '맞아 거짓말이야'라며 웃어버리는 ㅋㅋ

지나온 삶을 마음속에 품고 힘든 이야기들을 튀어나오려할때마다 꾹꾹 누르고 살면서, 어떤 날은 뱉어놓고 내 이미지 걱정에 후회하며 그렇게 살아봤자, 시간이 흘러간다. 결국 내 마음만 더 병들어간다. 누르면 눌러서 병이들고, 뱉은 날은 걱정으로 병이들고. ㅋㅋㅋ

 

내가 나를 가볍게 보자.

거짓말 같은 일이 있었지, 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도 말하지 않지만 거짓말 같은 일들을 품고 있을것이야.

 

내 인생을 무겁고 힘들고 어렵게만 보지말자.

내가 겪었던 '무용담'의 한 조각처럼 웃으며 그렇게 보면서 살자꾸나.

 

진짜 나이가 들수록 내려놓음과 마음의 그릇이 커진다는 것은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