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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저자
김기태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무겁고 높은」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책소개 -노태훈 평론가의 평론
출간 2024.5.15
교보문고 소설부문 랭킹12위
오늘 소개해 드린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동명의 소설집에 실려 있는 단편소설입니다. 2022년 데뷔한 작가의 첫 소설집이기도 한데요. 이 소설은 '문장 웹진'이라는 지면에 발표될 당시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위트 있는 문체,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일상이 결합하는 흥미로운 서사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소설 링크가 공유되면서 이례적으로 높은 조회수와 여러 댓글이 작성되었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김기태 작가를 호명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소설은 200여 년 전에 태어난 어떤 두 사람이 함께 선언문을 발표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세계사의 여러 국면을 짧고 빠르게 언급하면서 21세기 서울의 한 중학교의 두 사람 이야기로 옮겨가는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문과 그로 인해 파생된 인터내셔널가는 이 소설을 ‘계급적’으로 읽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요. 이혼 가정의 딸 ‘권진주’와 고려인 이주민의 아들 ‘김니콜라이’가 중학교 시절 계급적 동질성을 확인한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아오다가 20대에 접어들어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특별할 것 없는 과정을 거쳐 두 사람이 함께 미래를 그려보게 되는 전개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서사는 굵직한 사회문화적 사건들과 병치되면서 경기도 중소도시에서 마트 점원,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뭘 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았다거나 잘못된 선택을 한 것도 아니며, 딱히 운이 좋았다거나 더 큰 불행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수십,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거대한 인류사의 한 끝자락에 당도해 있을 뿐인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조금씩 자각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이 오롯이 단독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죠. 가깝게는 가족으로부터 친구, 동료,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각자는 수많은 시간과 존재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소설은 노동 해방을 부르짖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유튜브와 밈을 타고 2020년대의 한국으로, 진주와 니콜라이가 이삿짐을 정리하는 시간의 배경음악으로 인터내셔널가가 쓰이는 순간을 그려내고 있는데요. 무거운 이름을 가진 노동, 인종, 국가, 차별, 혐오, 쟁의, 계급 등의 어휘가 이들에 의해 이모티콘과 밈, 짤로 공유되는 모습은 가볍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진주와 니콜라이 두 사람이 소설 말미에 내뱉는 말은 ‘친한 사이’라는 것인데요. 어쩌면 우리가 이 세계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제는 사멸되어가는 ‘동지’라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기태 작가는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통해 여러 문학상을 일찌감치 수상하면서 일약 문단의 가장 뜨거운 작가가 되었습니다.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흥미로운 작품들이 다수 실려 있는데요.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실려 있는 작가의 첫 소설집을 더 많은 분들이 접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교보문고 책 소개
바로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김기태 첫 소설집
2020년대의 한국문학을 밝힌 신성新星으로 김기태를 논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근래 보기 드문 강력하고 단단한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게 만드는 흡인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데뷔한 김기태는 “범상치 않은 작가의 출현을 예고”한다는 당시 심사평 그대로 2년 동안 한국 문학계를 종횡무진 누볐다.
2024 젊은작가상(「보편 교양」)과 2번의 이상문학상 우수상(「세상 모든 바다」 「팍스 아토미카」)을 수상하고, 3번의 문학과지성사 ‘이 계절의 소설’(「전조등」 「롤링 선더 러브」 「보편 교양」), 2번의 ‘올해의 문제소설’(「전조등」 「롤링 선더 러브」)에 선정되었으며,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어 문장 웹진 역대 조회수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등단 이후 발표한 작품마다 매번 어김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김기태의 첫걸음이 한국 문학계에 있어서도 이례적인 역사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그렇게 바로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 된 김기태의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평단과 독자 대중 모두의 열렬한 지지와 기대가 김기태로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독자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타인을 친근한 정감으로 맞이하게 하는 리얼리즘에 있었다. 학생 주도적인 새 교육정책을 배경으로 2020년대의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력과 무력감을 다룬 「보편 교양」, 사랑이 언제든 악의로 뒤바뀌곤 하는 아이돌 산업의 명암을 톺아보는 「세상 모든 바다」 「로나, 우리의 별」은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단면을 첨예하게 파고든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무한히 재생산되는 밈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일반인 데이트 예능 〈솔로농장〉에서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해 온갖 우스운 미션을 수행하는 「롤링 선더 러브」는 읽는 이를 꽁꽁 옭아매는 탁월한 페이지 터너의 등장을 직감케 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한국문학의 오랜 지지자였다면, 김기태는 2020년대의 세태소설을 재설정하는 진중한 시도로 당신을 즐겁게 할 것이다. 반면 당신이 한국문학으로부터 잠시 떠나와 있었다면, 김기태는 당신에게 소설이 선사할 수 있는 재미와 의미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산뜻한 충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