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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거나 모자라거나

by 이야기꾼 제제 2025. 2. 5.

    [ 목차 ]

우리집 강아지 쫑이는 태어난지 3개월이 되었을 때 우리집에 왔다.

하얗고 귀여운 말티즈였다. 

3살, 6살 나의 딸들은 쫑이를 엄청 귀여워하고 좋아했다.

 

쫑이가 1살이 되면서, 교배를 하여 강아지를 낳았다.

3마리 말티즈를 낳았는데, 두마리는 분양을 보내고, 그 중 가장 작은 강아지 한마리는 쫑이와 함께 키우기로 했다.

쫑이의 막내딸 밀크다.

 

쫑이와 밀크는 엄마와 딸로 잘 자랐고,

쫑이가 2살이 되고, 밀크가 1살이 되자 외적으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크기도 비슷해져서, 하얗고 예쁜 말티즈 두마리는 산책을 나가면 쌍둥이냐고 물어봤다.

쫑이는 엄마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밀크에게 배변판에 배변하는것도 시범을 보이고, 물마시는 법, 밥 먹는 법도 가르쳤다.

 

쫑이가 4살이 되고, 밀크가 3살이 되자 밀크는 엄마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엄마가 가까이 가면 이유없이 으르렁거리고, 짖어댔다.

사료를 줘도 밀크가 미친듯이 달려들면 쫑이는 그저 옆으로 비켜 묵묵히 밥을 다 먹을때까지 기다렸다가 밥을 먹고는 했다.

 

밀크는 귀엽고, 아기라는 생각에 나의 딸들도 남편도 밀크를 부를때는 목소리부터 다정하게 달랐다.

쫑이는 커다란 눈망울을 꿈뻑이며 묵묵히 자기를 부를때까지 기다리는 의젓한 엄마강아지가 되었다.

 

쫑이가 5살이되고, 밀크가 4살이 되자 밀크 목소리가 더 커졌다.

초인종만 울리면 밀크는 미친듯이 짖어댔다.

그런데 정작 낯선이가 집안으로 방문해 들어오면, 소변을 지리며 숨기 바빴다.

겁쟁이 밀크는 엄마를 믿고 짖고, 엄마뒤로 숨어, 앞서 있는 쫑이만 애꿎은 타박을 받았다.

 

"고만좀 짖어. 시끄러워" 사람들이 이야기하면,

쫑이는 커다란 눈망울만 꿈뻑이며 쳐다봤다.

 

쫑이가 배를 깔고 낮잠을 자면, 밀크도 그 옆에서 같은 자세로 누워 낮잠을 잤다.

어떤날은 밀크가 말을 안듣는지, 쫑이가 밀크 다리를 물고 레슬링처럼 둘이 뒹굴기도 했는데,

언제나 밀크는 힘껏 물었고, 쫑이는 무는 시늉만 했다.

 

개도 모성이 있다.

언제나 밀크에게 져주었다.

 

쫑이의 모성은 넘쳤고, 

밀크의 엄마에 대한 존중은 모자랐다고 할 수 있을까.

밀크도 새끼를 낳으면, 쫑이 같은 엄마가 될것이다. 엄마에게 보고 배운대로 그대로.

 

넘치는 모성과 모자란 존중은 일부러 구별하고 생각하지 않는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보인다. 오랫동안 당연한 일 처럼 느껴진다.

결국 넘치고 모자라는 것은 상대적은 일이다.

엄마입장에서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넘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아이 입장에서 엄마에 대한 마음이 모자란다고 느끼지 않을수 있다.

 

절대적인 양이 정해진 것은 없다.

"너는 모성이 부족해"

"너는 모성이 지나쳐
"너는 사랑이 부족해"

"너는 집착이 지나쳐"

 

결국은 기준의 문제다.

나의 기준과 잣대로, 외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일만 자제해도

마음불편한 일이 절반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